올해는 파견도 있고, 회사 내부 문제 등으로 에이전시의 디자이너 이지만 실제 작업한 프로젝 갯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렇
다고 일을 안한 것은 아니고 보일 듯 말듯 바쁘기도 했던 한해였다. 아무튼 디자이너라는 명함에 부끄럽도록 디자인 작업을 한
것이 없었는데, 파견에서 복귀를 하자마자 메인시안과 서브 레이아웃이 다 나온 상태의 가구 회사 사이트를 맡게 되었다. (이름을
말하면 다 알만한 회사다.)
복귀 전에 이미 엄청난 수의 메인 시안이 제안 되었었으나 모두 다 클라이언트쪽(갑)에서 다 퇴짜를 놓은 상태였고 결국은 갑에서 직접 psd를 전달해 주는 지경에 이르렀더랬다. 복귀하고 월요일부터 그 시안을 보자니 허걱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수준의 이상한 것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갑은 아주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고, 우리 회사에서는 갑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듯 했다. 파견나가서 실제 디자인 작업은 거의 하지 못한 마당에 이런 사이트를 맡게 되었으니 복귀부터 좀 깝깝 한 기분이들었다.
일
단 갑에서 제공 받은 psd가 영~ 맘에 들지 않아서 조금 손을 보고 다시 제안을 드려봤다. 살짝 기대했지만 갑쪽에서 제공한걸
건들지 말아 달란다. 오랜 시간 일하신 분들은 비웃겠지만 4년 가까이 일해본 결과 갑의 성향을 나름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거.. 시키는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쉽게 끝날 프로젝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하나부터 열까지.. 색상부터
폰트명과 폰트의 볼드값까지 일일이 요청하는 대로 작업이 되었다. 조금만 자신이 지정한 것과 다르면 당장 수정을 하게 만드니 이거
원 작업할 맛도 나지 않았다. 을도, 나도 이렇게까지 주체적이지 못한 작업은 첨이었다. 물론 갑의 말씀대로 작업을 하니 별다른
클레임도 없고 아주 순탄하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디자인팀 모두가 의아한 디자인을 갑이 요구하기 때문에 해야했던 이번
프로젝을 경험한 일은 정말 내 생의 최악의 프로젝트라고 꼽을만 했다.
최악이라 칭했던 프로젝이 완료가 되었고 갑측으로 부터 이쁘다, 맘에 든다는 말을 들었다. 전혀 뿌듯하지도 기분 좋지도 않고 끝났다는데에 대한 안도감만 들었다. (다신 마주치지 말아요 라고 속으로 되뇌인... )
어쩌다가 프로젝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을까...
제안 들어갈 때 부터 을쪽에서 명확한 기획과 디자인이 없던 것..? 혹은 처음부터 갑의 의도는 명확했고 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디자이너가 업체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것..? 그냥 심플하게 생각해서 우리가 좀 이상하고 고집있는 갑을 만난 것..?
어찌하였던 갑은 만족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갑의 만족만 얻으면 훌륭한 마무리일까?
과연 을의 책임감의 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단추가 제대로 되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제안하는 위치가 아닌 지시받는 위치가 되버리면서 기획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근거와 의도를 가지고 작업하지 못했단 생각이다. (물론 디자인은 주관적인거다!!)
갑의 만족이 물론 중요하지만 을에게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정말 좋은 프로젝이 아닐까..
(더 깊게는 프로젝 하나 하나가 쌓여가면서 내 스스로가 생각하고 발전해야 좋은 프로젝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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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경험자인지라 참 많이 공감갑니다...
분명 프로젝트에서 갑의 psd를 받는순간...일하기가 정말 싫어질 것입니다.
psd를 안주고서 폰트,레이아웃,벤치마킹사이트를 보여주며 진행하는거나 psd를 따라하는거나
별반의 차이는 없겠지만...최대한 을이 제시한것을 맞출줄 아는 갑의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그 갑은 매번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psd를 넘겨주는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네요^^
저희쪽 디자인 시안이 맘에 안들어 PSD를 직접 준다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 생각하다가 단체로 뜨악해버린 프로젝이었어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고개가 절로 흔들리네요. ㅋㅋ
제가 한 프로젝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딱히 한 일이 없어서 했다고 말하기도 좀 부끄러워지기도 하구요.
감정은행님 댓글 고맙습니다.